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기독교인들의 축제 ‘부활절(Easter)’. 부활절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동물이 있다. 바로 ‘토끼’다. 특히 서양에서는 부활절이 다가오면 부활절 토끼를 쉽게 볼 수 있다. 토끼 모양의 초콜릿이나 인형, 토끼 탈을 쓴 사람들은 부활절을 맞이한 상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계란과 함께 부활절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은 부활절 토끼. 어떻게 토끼는 부활절의 상징이 된 것일까?

부활절 토끼
부활절 토끼가 그려진 엽서

부활절 토끼의 유래

다산과 부활을 상징하는 동물, 토끼

부활절 토끼의 유래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먼저 번식력이 뛰어난 토끼는 다산의 상징이므로 부활과 관계가 깊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토끼가 계절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털 색깔이 변하므로 부활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종교학자는 토끼는 눈꺼풀이 없어 잠을 자지 않는 것처럼 보이므로 죽지 않는 그리스도를 상징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Eostre)의 상징인 부활절 토끼

가장 유력한 설은 에오스트레(Eostre) 여신을 숭배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는 것이다. 에오스트레는 고대 튜튼족과 앵글로색슨족 등 게르만 민족들이 숭배하던 봄의 여신이다. 이는 국가에 따라 에오스트레, 오스타라(Ostara)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왕성한 번식과 다산을 상징하는 에오스트레 여신은 ‘땅에 새 생명을 가져오는 봄의 태양’이라 불리기도 했다. 부활절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이스터(Easter)’는 바로 에오스트레 여신의 이름에서 파생되었다.

에오스트레 여신에 관한 게르만의 전설에 토끼가 등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가 겨울에 죽어가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그 모습을 불쌍히 여겨 새를 토끼로 변신시켜 주었다. 그 후 토끼가 된 새는 계속해서 알을 낳았는데, 이것이 바로 부활절 토끼의 기원이 되었다. 그 후 토끼와 달걀은 에오스트레 여신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게르만족 사이에서는 봄에 토끼가 나타나 집 앞에 알을 두고 가면 그 집의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신화가 생겨났다. 이처럼 에오스트레를 숭배하던 풍습이 기독교의 부활절과 접목하여 이 여신의 상징동물인 토끼 역시 부활절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부활절 토끼 그리고 계란
부활절을 상징하게 된 계란과 토끼

부활절 토끼와 관련된 풍습

서구권 국가에서는 부활절 전날, 달걀에 물감을 색칠하여 집 안 곳곳에 숨겨두고 다음 날이 되면 아이들은 달걀을 찾는 풍습이 있다. 이는 토끼가 아이들이 있는 집 안에 색칠한 달걀을 숨겨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정원이나 헛간 등에 모자나 보닛 등을 이용하여 토끼를 위한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독일 루터교도들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 루터교의 전설 속 토끼는 아이들이 착한 행동을 하는지 나쁜 행동을 하는지를 판단하는 존재였다. 루터교도들은 부활절이 되기 전 밤에 토끼가 착한 아이들을 선별하여 색칠한 달걀이나 사탕, 장난감 등을 바구니에 담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오늘날 착한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와 유사한 존재인 셈이다.

18세기, 독일의 이민자들과 함께 부활절 토끼에 관한 풍습도 미국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남북전쟁 이전까지는 이 풍습이 기독교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